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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연보기
- 사랑하는 배여사 - 글쓴이 │ 정은송 등록일 │ 2007-12-21 조회수 │ 6570
며칠 전 우연히, 머리를 빗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어요.
그런데 빗질을 하는 사이사이 하얀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드러나더라고요.
저는 원래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.
왜 갑자기 그랬을까요?
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그 생각을 하니 다시 눈물이 날 것 같네요.

우리 배여사는 꽃을 참 좋아합니다.
어렸을 때 저희 집은 어려운 형편으로 춥고 좁은 2층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.
그 겨울 엄마는 날이 너무 춥다면서
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을 모두 들여왔습니다.
그래서 정작 우리 가족은 발 디딜 곳도 없었고요. 그런 엄마의 행동이 너무 미웠던 저는 이렇게 말했지요.

“엄마 일 간 사이에 화분들 몰래 갔다 버릴꺼야.”

그랬더니 엄마는 동생들을 내다 버리는 언니가 어디있냐고 하면서 너도 같이 쫓겨낼 거라고 하셨어요. ^^

배여사는 화초한테 때론 이런 저런 말도 하고, 씻겨주고, 닦아주며...
몇십년을 변함없이 그렇게 키우고 있습니다.
그리고 간혹 남들이 버린, 다 죽어가는 화초들도 주어 와서 키우기도 하세요.
그러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화초가 다시 살아나요.

지금은 저도 화초가 좋아요.
그런 엄마의 모습도 좋고요.
엄마가 화초를 또 하나의 자식으로 생각하면서 키우는 것을 보고

‘아, 우리 엄마가 나도 저런 사랑으로 키우셨구나. 변함없이 저렇게 사랑하시는 구나.’ 라고 깨달았거든요.

어느새 올 한 해도 다 저물어 가고 저희 엄마의 흰 머리는 또 늘어가겠죠?
늙는 다는 것은 왜 이렇게 서글픈 것인지 모르겠습니다.
우리엄마의 흐트러진 몸매, 늘어나는 흰 머리, 주름살....
같은 여자로써 엄마의 이런 모습이 참 서글프고 허망하게 느껴져요.
하지만 엄마의 흰머리는 이런 서글픔 이상의 진한 감동과
또 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.

엄마는 저를 낳고, 또 우리 언니들을 낳아서 이만큼 키우시느라
어느새 이렇게 나이가 들어 버리셨으니까요.

저는 지금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.
매년 이맘때 쯤 엄마의 생일 때가 되면 번듯한 온 한 벌 사드리고 싶은데 그걸 못해서 너무 답답합니다.
좀 더 치열하게 살았다면 지금쯤 좋은 직장에 취직 했을테고,
그러면 엄마에게 생일 선물 멋있는 거 사드릴 수 있었을텐데
올해도 그럴 수가 없어 너무 슬프네요.

엄마는 항상 저에게 의지할 힘이 되어주셨는데
저는 언제쯤 엄마의 힘이 되어드릴 수 있을까요.
엄마의 인생이 저로 인해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.

예삐꽃방.
저희 큰 언니가 이 꽃방 앞에 학교를 다녔는데 그때부터 꽃이 너무 예쁘다고 자랑하더라고요.
처음에는 그래서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글까지 올리게 될 인연이 생길 줄 몰랐네요.^^
엄마가 예삐꽃방에서 꽃 받으시면 너무 좋아하실 것 같아요.
운영자님 부탁드려요^-^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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